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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분석

내 기억에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음악분석이었다. 그 얘기 들을 때마다 ‘음악분석이 가장 중요한데…?’라고 생각하곤 했다. 클래식 작곡가들은 매우 치밀하게 작곡한다. 음악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기법과 의도와 해학과 감정이 담겨있다. 그냥 흥얼거려서 만들지 않는다.

연주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작곡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거다. 하필이면 왜 그 key를 택했을까, 왜 템포를 그렇게 잡았을까, 왜 왼손에 스타카토를 찍었을까, 왜 갑자기 쉼표를 넣었을까, 왜 그 코드를 넣었을까… 읽어내야 할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두 번째는 그 작곡가의 이야기를 내 시선에서 한 번 더 해석하는 거다. ‘이 부분은 속삭이는 거야, 이 부분은 외로운 부분이야, 이 부분은 기쁜 것 같지만 내가 볼 땐 슬픔을 감춘 기쁨이야…’ 등으로 재해석한다. 그래서 음 하나 라인 하나 쉼표 하나에 모든 상황과 감정을 담아 연주할 수 있는 거다. 괜히 피아니스트들이 미간을 찡그리고 입을 움찔거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해석을 해주는 한국의 클래식 교육을 본다. 훌륭한 교육자도 계시지만 많이들 그렇다. ‘여기는 페달을 떼어야 해’ 답을 정해서 학생의 악보에 표시해준다. ‘여기는 크레센도 하는 게 맞지’ 학생의 악보에 표기 해준다. 어떤 생각으로 이 음표를 넣었을지 상상하며 자기 스스로 해석해낸 작곡가의 의도를 연구하는 일은 커녕, 테크닉 위주로 교육받는다.

독일유학 시절 러시아 학생들의 놀라운 음악해석을 자주 봤었다. 그리고 걔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너희 한국 애들이 하는 건 음악이 아니야’

반박할 수 없었다.

테크닉은 해석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해석없는 연주는 속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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